룸피니 공원 vs 벤짜낏띠 공원, 100년 공원과 담배공장의 변신 — 방콕 그린 마일 완전 가이드
BEYOND BANGKOK · 도시 산책
방콕의 두 허파가 이어졌습니다
룸피니 → 벤짜낏띠, '그린 마일'을 걷다
100년 된 공원과 담배공장 부지, 1.6km 다리로 연결되다
방콕 도심 한복판에, 자동차 매연 대신 새소리를 들으며 1.6km를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그것도 신호등 한 번 안 만나고요. 방콕의 두 거대한 '도시의 허파', 룸피니 공원과 벤짜낏띠 공원을 잇는 '그린 마일(Green Mile)' 이야기예요.
100년 가까이 된 클래식한 공원과, 옛 담배공장이 변신한 현대적 숲 공원.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공간이 하나의 길로 이어졌어요. 오늘은 이 두 공원의 흥미로운 역사와 최근 소식, 그리고 둘을 잇는 다리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① 룸피니 공원 — 방콕의 '센트럴 파크', 그 100년의 시간
룸피니 공원은 1920년대 라마 6세(와치라웃 왕) 시대에 조성된,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공원이에요. '룸피니(Lumphini)'라는 이름부터 특별한데요, 부처가 태어난 네팔의 '룸비니(Lumbini)'에서 따왔어요. 공원 남서쪽 입구에는 지금도 라마 6세의 동상이 우뚝 서서 공원을 지키고 있어요.
재미있는 건, 이곳이 방콕 '최초'의 기록을 여럿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방콕 최초의 공공 도서관과 댄스홀이 바로 이 공원에 있었거든요. 0.57㎢에 이르는 너른 부지에 커다란 인공 호수가 있어서 보트도 탈 수 있고요.
💡 여기서 잠깐: 룸피니 공원의 진짜 스타는 따로 있어요. 바로 호숫가를 어슬렁거리는 물왕도마뱀(Water Monitor)이에요. 1~2m까지 자라는 이 녀석들은 룸피니의 마스코트나 다름없어요. 그리고 의외로 거북이도 정말 많이 보여요. 호수 가장자리 바위나 통나무 위에 줄지어 일광욕하는 거북이들을 찾아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예요. 처음 보면 깜짝 놀라지만 사람을 공격하진 않으니, 적당한 거리를 두고 구경해보세요. 방콕 도심에서 만나는 진짜 야생이에요.
이른 아침이면 태극권을 하는 어르신들, 에어로빅 무리, 조깅하는 직장인들로 공원이 활기를 띠어요.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좀 더 뜨거워졌어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러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거든요. 특히 저녁 6~7시 사이에는 공원 한쪽에 무대가 설치되고, 수백 명이 한꺼번에 단체 에어로빅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져요. 음악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은,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치면 잊지 못할 방콕의 명장면이에요. 주변이 실롬·사톤 같은 방콕 최고의 비즈니스 지구라, '빌딩 숲 한가운데의 진짜 숲'이라는 대비가 매력 포인트예요.
② 벤짜낏띠 공원 — 담배공장이 숲으로 변신한 곳
벤짜낏띠 공원의 이야기는 더 극적이에요. 원래 이 자리는 태국 담배공사(담배공장) 부지였어요. 공장이 떠난 자리를 거대한 공원으로 바꾼 건데요, 공원 이름 '벤짜낏띠'는 시리킷 왕비의 60번째 생신(1992년)을 기념해 붙여졌어요.
초기엔 커다란 인공 호수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공원이었지만, 최근 '벤짜낏띠 숲 공원(Benjakitti Forest Park)' 구역이 새로 더해지면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공간이 됐어요. 옛 공장 창고를 헐지 않고 다목적 체육관으로 살려두고, 그 주변에 습지(Wetland)와 숲을 조성했거든요.
💡 여기서 잠깐: 벤짜낏띠의 하이라이트는 나무 우듬지 높이를 걷는 스카이워크(Skywalk)예요. 습지 위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공중 산책로인데, 해 질 녘이면 고층 빌딩 야경과 습지 노을이 한 프레임에 담겨요. 방콕 인생샷 명소로 입소문 났어요.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5시~밤 9시, 입장료는 무료예요.
③ 두 공원을 잇다 — '그린 마일'의 비밀
자, 이제 본론이에요. 이 두 공원을 잇는 1.6km 고가 보행로가 바로 '그린 브리지(Green Bridge)', 별명 '그린 마일(Green Mile)'이에요. 사실 이 다리는 1999년에 처음 생겼어요. 그러니 '새로 생긴 길'이라기보다는, 최근 대대적으로 새 단장하며 다시 주목받는 길이라고 하는 게 정확해요.
2022년 6월 복원 공사로 길을 넓히고, 쉼터와 포토존을 만들고, 운하를 정비하고, 다리 전체를 선명한 초록색으로 칠했어요. 이 초록색 덕분에 '그린 마일'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공식 명칭(그린 브리지)보다 더 유명해졌죠.
그리고 지금, 방콕시(BMA)가 이 20년 넘은 다리를 한 번 더 크게 업그레이드하고 있어요. 핵심은 '유니버설 디자인'이에요. 가파른 계단을 경사로로 바꾸고, 휠체어·유모차·자전거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서 누구나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길도 달리기 트랙, 자전거 도로, 산책로로 기능을 나눴고요.
💡 BYB의 솔직한 이야기: 사실 이 길이 생기기 전엔, 두 공원 사이를 저녁 시간에 차로 이동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어요. 워낙 차가 밀려서요. 그런데 저는 룸피니에 매일 운동하러 가는데, 그린 마일이 생긴 뒤로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룸피니가 좀 지겨워질 때쯤 그린 마일을 걸어 벤짜낏띠까지 넘어가면, 기분 전환도 되고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거든요. 똑같은 코스를 매일 도는 것과는 비교가 안 돼요.
| 구분 | 내용 |
|---|---|
| 길이 | 약 1.6km (룸피니 ↔ 벤짜낏띠) |
| 별명 | 그린 마일 (공식명: 그린 브리지) |
| 최초 개통 | 1999년 / 2022년 1차 복원 |
| 현재 상황 | 유니버설 디자인 재단장 중, 일부 구간 시범 개방 |
| 완공 예정 | 2026년 중반 (단계적 개방) |
현지인 팁 | 그린 마일은 입구 찾기가 은근히 어려워요. 현지인도 헷갈려할 정도라, 길을 못 찾는 여행자가 많아요. 룸피니 쪽에서는 사라신 로드(Sarasin Road) 입구를 기준으로 잡으면 좋아요. 이쪽에 자전거·휠체어용 엘리베이터가 이미 설치돼 운영 중이거든요. 그리고 한낮 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에 걷는 걸 강력 추천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한국 분들은 숲이 우거진 공원에 가면 모기에 많이 물리시더라고요. 긴 팔 겉옷을 챙기거나 모기 퇴치제를 미리 뿌리고 가시는 걸 추천해요. 특히 습지가 있는 벤짜낏띠와 해 질 녘 시간대에는 더 신경 쓰시는 게 좋아요.
Beyond Bangkok 추천 — 이렇게 즐겨보세요
제가 손님들에게 늘 권하는 코스는 이래요. 이른 아침 MRT 룸피니역에서 내려 룸피니 공원부터 시작해요. 물왕도마뱀과 인사하고, 호숫가를 한 바퀴 돈 뒤, 사라신 로드 쪽에서 그린 마일에 올라타요. 도심 빌딩을 발아래 두고 1.6km를 걸어 벤짜낏띠 공원에 도착하면, 스카이워크로 올라가 습지 풍경을 감상하는 거죠.
벤짜낏띠에서 나오면 바로 옆이 퀸 시리킷 국립 컨벤션 센터(MRT 직결)라 이동도 편하고, 조금만 가면 클롱토이 시장에서 진짜 로컬 분위기도 맛볼 수 있어요. 공원 → 다리 → 공원 → 시장으로 이어지는, 방콕의 과거와 현재를 한 번에 걷는 산책이에요.
그린 마일 산책
마무리하며
100년 된 클래식한 룸피니와, 담배공장에서 숲으로 거듭난 벤짜낏띠. 이 두 공원이 초록색 다리로 이어진 풍경은, 방콕이 어떻게 옛것을 지키면서 새것을 품는지를 그대로 보여줘요. 다음 방콕 여행에서 쇼핑몰만 돌지 마시고, 이 초록빛 산책로를 꼭 한 번 걸어보세요. 방콕의 진짜 숨결이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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